PART 2. S(ocial) 핵심동향과 전망 Ⅱ편
5) S 강화하는 맥도날드‧ 스타벅스, 국내 지점 관리는 소홀
‘워크 워싱(Woke Washing)’이란 기업이 사회적 문제나 가치에 깨어 있는(Woke) 척 하면서 실제 로는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거나, 이에 반하는 행동을 하는 것을 가리키는 용어다. E에 ‘그린 워싱’이 있다면, S에는 워크 워싱이 있다는 얘기다. 2020년 5월 발생한 미국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 이후, #BLM(Black Lives Matter) 이라는 대대적인 캠페인이 벌어질 당시 나이키 또한 광고 캠페인을 진행하며 인종차별 반대를 적 극 내세웠다. 하지만 주주행동주의 투자자 그룹인 애즈유소우에 따르면, 미국 S&P 100대 기업 중 71%가 미 평등고용기회위원회(EEOC)에 임직원 인종다양성 자료(EEO-1 form)를 제출한 반면, 나이키는 그렇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뿐 아니라 애즈유소우가 9월 주주총회 결의안으로 해당 자료 제출을 요구할 것이 알려지자, 나이키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이에 대한 무효를 요청했다.
나이키의 이중적 태도가 큰 논란에 휩싸이게 된 이유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는 워크 워싱에 대해 우려를 밝히며 “사회적 가치에 대한 기업의 선 언이 단순 홍보 활동으로 그치게 되면, 큰 리스크에 직면하게 된다”고 경고했다. 미 식료품 업체 홀 푸드의 경우 매사추세츠 주 케임브리지 상점 직원들이 업체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홀푸드 의 복장 규정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BLM가 적힌 마스크를 착용한 직원들을 귀가시켰기 때문이다. 스타벅스 또한 복장 정책을 이유로 직원들에게 #BLM 메시지가 적힌 옷이나 액세서리 착용 불가를 담은 사내 메모로 인해 강력한 불매운동에 직면했다. 이후 스타벅스는 #BLM 복장을 허용하는 한 편, 직원들에게 #BLM 티셔츠를 제작해 보내겠다고 선언하기까지 했다. 이처럼 외부로 내세우는 기 업의 사회 책임 메시지와 달리 기업 내부에 이를 달리 적용할 경우, 기업에 대한 불신과 내부 반발에 직면하게 되는 사례가 여럿 등장했다. 이러한 워크 워싱 논란은 데이터에서도 입증되는데, 2019년 PR컨설팅 회사 에델만(Edel man)이 8개국 소비자들에게 설문한 결과, 응답자의 56%가 “기업이 사회적 이슈를 그저 마케팅 수단으로 사용할 뿐”이라고 답했다. 소비자의 신뢰가 그다지 높지 않다는 것을 반증한다. 2021년 9월에는 『워크 주식회사(WOKE, INC.)』라는 책이 발간돼, 미국의 주요 신간 베스트셀 러에 올랐다. 이 책은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를 외치는 미국 대기업들이 ‘깨어 있는 척 하는 정부(woke parallel government)’로 둔갑한 세태를 비판한 책이다. 책의 저자인 비벡 라마스와미(Vivek Ramaswamy)는 AI와 데이터를 활용한 신약 기술 개발로 이름난 바이오 기업 로이반트 사이언스 (Roivant Sciences)의 창업자다. 그는 대기업의 이사진 회의실, 5성급 호텔의 컨퍼런스룸, 아이비 리그의 강의실, 불투명한 비영리단체의 내부 등을 공개하면서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라는 명분을 내 세워, 자신들의 잇속만 챙기는 실상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하지만 미디어의 발달로 인해 검증이 예전보다 훨씬 철저하게 이뤄지기 때문에, 이러한 워크 워 싱 경계론이 부각되고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장 대행을 맡았던 앨리슨 헤런 리(Allison Herren Lee)는 “오늘날 기업의 말과 행동은 트위터, 틱톡 등의 소셜미디어와 언론을 통해 빠르게 전파되기 때문에, 고객과 임직원 등 이해관계자들이 기업에 대한 인식과 성공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 다. 기업의 진정성 있는 행동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6) 공급망 관리, ‘뜨거운 감자’로 급부상
세계 1위 의료용 장갑 제조사인 톱글로브(Top Glove)는 2021년 6월 ESG 기준을 위반했다는 이 유로 홍콩주식시장 상장이 유보됐다. 이에 앞서 미국 세관당국(CBP)은 톱글로브 공장의 강제노동 혐의를 지적하며, 제품을 압수하라고 지시했다. 톱글로브는 코로나19 사태로 가장 큰 이익을 얻은 기업 중 하나로, 2020년 4분기에 3,630억 원의 순이익을 거두어 수익이 전년 대비 18배나 증가했다. 코로나 특수로 얻은 이익을 바탕으로 홍 콩주식시장 상장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말 말레이시아 공장에서 강제노동 혐 의가 불거졌다. 2,500여 명이 코로나에 집단감염됐고, 비좁은 숙소와 열악한 근무 환경으로 41개 공장 중 28개가 일시 폐쇄됐다. 당시 근무자의 80% 이상은 네팔인 등 이주민이었고, 하루 12시간 씩 2교대로 주 6일 동안 근무한 것으로 밝혀졌다. 미 세관당국은 지난해 “톱글로브가 제품 생산 과정에서 ILO(국제노동기구)의 강제노동 지표를 위반했다”며 미주리 주 캔자스 항에서 69만 달러(약 7억 7,000만 원) 상당의 라텍스 장갑 468만 개를 압수했다. 강제노동 혐의에 이어 미 세관당국의 직접 규제까지 받으면서, 씨티그룹과 UBS그 룹 등 상장 주관사들이 후원 의사를 철회했다. S 이슈가 기업 상장의 발목을 잡은 것이다. 영국의 유명 온라인 패스트패션 기업 부후(Boohoo) 또한 공급망 관리 논란이 벌어진 대표적 사례다. 부후는 자국 내 레스터(Leicester) 공장 직원들에게 시간당 3.5파운드(약 5,500원)의 임 금을 지급, 최저임금인 8.72파운드(약 1만 4,000원)의 절반보다도 적게 지급했다. 코로나19 봉쇄 기간임에도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나 보호 장비 없이 계속 근무를 해온 것으로 드러나, 사회적 파장 을 일으켰다. 영국 법무부가 ‘현대판 노예제’라며 공장 실태 조사에 나섰고, 스탠더드 라이프 애버딘 (Standard Life Aberdeen)은 부후그룹의 지분 전량을 매각해버렸다. 부후 스캔들은 ESG 등급 평가기관의 신뢰도 논란으로까지 이어졌다. MSCI는 부후그룹의 ‘공 급망 노동기준’에 대해 10점 만점에 8.4점, 즉 AA등급을 부여했다. 개발도상국 제조시설이 아닌, 영국 내 제조공장을 사용한다는 이유로 높은 등급을 받은 사실이 알려졌다. 국제 비영리기구인 노더체인(KnowTheChain)이 2021년 7월 세계 패션업체 64곳의 공급망 인권침해 위협을 평가한 결과, 평균 50점을 밑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명품 브랜드 업체는 평균 31점을 받았으며, 이중 이탈리아 명품업체 프라다는 5점으로 최하위를 기록했다. 룰루레몬과 아디다스 등은 최고 등급을 받았는데, 이들은 이주 노동자 권리보호 프로그램과 함께 공급망의 책임 있 는 채용 프로그램에 대한 세부사항 및 성과를 공개했다. 노더체인의 글로벌 ICT기업 공급망 평가에서 77개 문항 중 ‘인권 관리 대응’이 가장 낮은 점수 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강제노동 퇴치 공약(commitments)과 행동강령을 갖고 있었지만, 실질 적으로 이행되는 비율은 낮았다. 상위 기업들은 협력사 교육, 공급망 내 노동조건 향상을 위한 역량 강화, 협력업체 노동조건 모니터링 등 세부 노력을 공시한 곳들이었다. 향후 기업들은 공급망 정책 과 실행 간의 격차를 줄여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7) 중국 신장 위구르 인권 이슈의 ‘나비효과’
2021년 9월 9일 중국 정부는 취업에서 성차별을 폐지하고, 아동 인권을 보장하는 ‘국가인권행동 계획’을 발표했다. 국제사회가 신장 위구르 강제노동 이슈로 중국에 제재를 가하는 상황에서, 중국 정부가 발표한 인권행동계획이 어떤 의미를 가지게 될지 주목받고 있다. 중국 국무원 신문판공실은 2021~2025년까지의 인권행동계획을 발표했다. 신문판공실은 “취 업에 성차별을 없애고 채용 규범을 만들고 기업 또는 기관이 채용 과정에서 국가 규정과 무관하게 남 성으로 채용 대상을 한정하거나 ‘남성 우선’을 규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신문판공실은 노동 규정을 준수했는지를 감찰하는 항목에 취업차별 문제를 포함해서, 위반 기업에 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말했 다. 행동계획에는 아동이 매일 1시간 이상 야외 활동과 운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제시됐다. 현재 미국과 EU를 중심으로 국제 사회는 중국 서부 신장 위구르 자치구의 위구르 족 인권 탄압 을 이유로 제재를 가하고 있다. 중국의 인권행동계획이 현 제재 국면의 협상 카드로 사용될지는 미지 수다. 중국 신장 지역에서 강제노동을 활용해 생산된 모든 상품 수입을 금지하는 ‘위구르 강제노동 방 지법(Uyghur Forced Labor Prevention Act)’이 2020년 9월에 미 하원과 2021년 7월에 상 원을 통과했다. 2020년 10월에는 미 관세국경보호청이 신장 위구르 지역 제조업체에서 생산된 면 화, 의류, 컴퓨터 부품 등 5개 제품을 대상으로 ‘인도보류명령(Withhold Release Order, WRO)’ 을 발표했다. EU는 2021년 3월 중국, 북한, 러시아 등 6개국의 개인 11명과 4개 단체를 인권유린으로 제재하기로 결정했다. 중국에서는 신장 지역의 이슬람 소수민족인 위구르 족 탄압을 주도한 왕쥔정 신 장생산건설병단 당위원회 서기, 천밍거우 신장공안국장, 주하이룬 전 신장당위원회 부서기, 왕밍산 신장정치법률위원회 서기 등 4명과 신장생산건설병단이 포함됐다. 신장생산건설병단은 인민해방 군 소속이면서 신장 위구르의 정치와 경제까지 담당하는 거대 조직이다. 미국이 2021년 중국 신장 위구르 자치구에서 생산되는 물품 규제 대상을 17개에서 20개로 확대하고, 프랑스의 시민단체는 유니클로 프랑스 법인을 ‘인권침해와 강제노동으로 생산된 신장 위 구르 산 면화 사용’을 이유로 고발했다. 일본 정부는 이를 계기로, 약 3,000개 상장 기업에 인권 위 험을 파악하는 인권 실사(Due Diligence) 조사서를 송부했다.
8) 글로벌 사회적 채권 발행 증가
글로벌 ESG 채권 시장의 규모는 급격히 증가하는 가운데, 그 동안 ESG 채권의 성장을 견인했던 녹 색 채권은 줄고 코로나 19 발생 여파로 사회적 채권(Social Bond)과 지속가능 채권(Sustainable Bond) 발행이 큰 폭으로 늘고 있다. 친환경 사업에만 자금을 사용할 수 있는 녹색 채권과 달리, 사 회적 채권은 인권이나 빈곤 등 사회문제 해결에 자금을 사용하며, 지속가능 채권은 환경과 사회적 목적 모두 사용 가능하다. 글로벌 ESG 채권 시장 규모는 2016년 972억 달러(약 114조 원)에서 2020년 5,701억 달 러(약 671조 원)으로 늘어났다. 매년 평균 1.6배씩 커진 셈이다. 2020년 상반기 ESG 채권 발 행 규모는 4951억 달러(약 583조원)에 달했다.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하면 59%나 증가한 수치다. 2021년 연말에는 역대 최고치의 채권 발행규모가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채권 구성에서도 변화가 생겼다. 2016년 기준 전체 ESG 채권 중 녹색 채권은 84%로 압도적 인 비중을 차지했다. 하지만 2020년 녹색 채권은 50.3%로 전체의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나머지 는 지속가능 채권 26.3%, 사회적 채권 19.7%였다. 2021년에도 이런 경향은 뚜렷해졌는데, 상 반기 기준 녹색 채권은 44.6%, 사회적 채권 28%, 지속가능 채권 18%였다.*5 사회적 채권의 증 가 속도가 눈에 띈다. 사회적 채권 발행이 늘어나는 이유는 코로나 19 상황에서 다양한 사회문제 해 결의 필요성이 커진 것으로 분석되는데, EU의 경우 유럽실험재보험기금(Support to mitigate Unemployment Risks in Emergy, SURE) 프로그램이 사회적 채권의 최대 발행주체라고 한다.
사회적 채권 증가와 함께 최근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지속가능성 연계 채권(sustaina bility-linked bonds, SLB)’의 증가다. 지속가능성 연계 채권은 발행자가 사전에 정의한 지속가능(ESG) 목표를 달성하는지에 따라 재 무 및 구조적 특성이 달라지는 채권 상품이다. ‘지속가능 성과 목표(Sustainability Performance Targets, SPTs)’를 달성할 경우, 조달 금리가 낮아지는 식이다. 특히 2020년에는 ‘지속가능 연계 채권원칙(Sustainability-Linked Bond Principles)’과 ‘기후전환금융 핸드북(Climate Transition Finance Handbook)’이 마련되면서 채권시장 참여가 쉬워진 측면이 있다. 국제자본시장협회(ICMA)가 발표한 5가지 핵심 구성요소를 보면 ▲핵심성과지표(KPIs) ▲지 속가능성과목표(SPTs) ▲채권 특성 ▲사후 보고 ▲검증 등이다. 1년에 한 번씩 투자자에게 성과를 보고하고, 외부 기관의 검증을 받는 시스템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 2019년 이탈리아 에너지그룹 에넬(ENEL)이 세계 최초로 SDGs 7(지속가능한 에너지)과 SDGs 13(기후행동)의 지속가능발전목표와 연계해 25억 유로(약 2조 3,600억 원)의 지속가능 성 연계채권을 발행했다. 2019년에만 해도 채권의 발행규모가 104억 달러(약 12조 원) 였으나, 2021년 상반기에는 425억 달러(약 50조 원)으로 대폭 늘어났다. 자본시장연구원 보고서에 따르 면, 전체 ESG채권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2.8%에서 8.5%로 늘었다. 지속가능성 연계채권의 경우 자금의 사용에 대한 제한이 전통적인 ESG 채권에 비해 없어 유연 성을 가지고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으로 여겨진다. 이 때문에 그동안 까다로운 녹색채권 시장 진입 이 어려웠던 소위 ‘브라운(Brown)’ 기업들도 자금 조달이 가능한 점 때문에 호응을 얻고 있으며, 앞 으로 증가폭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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